前 FTX 임원 "뱅크먼-프리드, 고객 돈으로 호화생활" 증언

입력 2023-10-17 06:53  

前 FTX 임원 "뱅크먼-프리드, 고객 돈으로 호화생활" 증언
"고객 예치금으로 호화부동산·운동선수 후원…개인 돈이냐 묻기도"
변호인은 "피고, ADHD 약 제대로 못받아…재판서 의미있는 진술 곤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으로 호화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운동선수를 후원하는 데 멋대로 사용했다고 FTX 전직 임원이 16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임원은 뱅크먼-프리드의 자금 지출 내용이 당황스럽고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FTX의 기술 담당 임원이었던 니샤드 싱(28)은 이날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뱅크먼-프리드의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회사가 무너지기 2개월 전에야 고객 예치금에 무려 8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라진 돈 대부분은 뱅크먼-프리드의 사치스러운 지출에 쓰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뱅크먼-프리드가 2021년 'K5'라는 회사에 투자할 때 곤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뱅크먼-프리드가 투자회사 K5 소유주에게 수억 달러의 보너스를 명시한 계약서를 보내자 힐러리 클린턴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가 참석하는 만찬에 초청받았다고 싱은 말했다.
싱은 뱅크먼-프리드에게 회삿돈이 아닌 본인 돈으로 투자하는 게 맞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부에 기록된 자금 출처는 파산의 진원지가 된 FTX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였다.



싱은 앞서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
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인출 사태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작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지난 8월 보석이 취소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정치인들에게 최소 1억 달러의 돈을 뿌리는 등 정치 후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위험관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기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한편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 앞서 재판부에 보낸 서한에서 뱅크먼-프리드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아데랄(암페타민)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그가 진술할 수 있는지는 구치소에서 아데랄을 적정량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뱅크먼-프리드는 아데랄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해 평소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출석했음에도 재판에 의미 있게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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