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소통 탓 협상 지지부진…억류 길어져 인질 건강 악화·지상전 때 피살 우려
"하마스, 시간은 자기편이라 계산…카타르 '위험한 지연' 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질의 건강 상태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협상의 타결 여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협상통로인 카타르가 미적거린다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 협상은 카타르와 미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행된다.
이스라엘은 자국 의사를 미국을 통해 카타르에 밝히고 이를 카타르가 하마스에 통보한다.
그러면 역순으로 카타르가 하마스의 답변을 받아 미국을 거쳐 이스라엘에 전달한다.
하마스가 카타르를 제외하고는 협상을 중재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과 접촉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 체류하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대거 수용하는 친하마스 아랍국가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공식적 외교관계가 없다.
더타임스는 유일한 협상통로인 카타르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 인질의 안전을 해칠 '위험한 지연'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인질의 건강이 위협받는 데다가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침공이 시작되면 협상이 결렬돼 인질이 살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의 전투원들은 이달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한 뒤 인질을 최소 199명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가자지구 곳곳에 분산 억류된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 중에는 어린이, 노약자, 지병을 앓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기습 뒤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물자와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완전봉쇄 전략에 들어갔다.
거기에 더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근거지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그 때문에 현재 가자지구에는 물, 연료, 의약품이 바닥나고 유엔마저 불가피하게 구호를 중단하는 인도주의 위기가 닥쳤다.
과거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인질 협상을 중재한 적이 있는 거손 배스킨은 골든타임이 지나갈 우려를 제기했다.
배스킨은 "진짜 위험하다"며 "카타르가 직접 대화하지 않는다는 게 거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할 때"라며 "(이스라엘군의) 지상 침공까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섬멸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지상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협상이 훨씬 어려워져 인질 살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인질 협상안을 이미 제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거처에 대한 핵심정보의 대가로 인도주의 통로 마련과 선별된 지역에 대한 임시적 폭격 중단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하마스 지도부가 인질을 이스라엘의 침공을 저지하려고 인질을 인간방패로 이용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약화하고 있어 시간이 자신들 편이라고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2011년 협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의 석방을 끌어낸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감자 1천여명을 석방해 과도한 양보를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하마스 기습을 주도한 이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목격된다.
더타임스는 이번 인질에 외국 국적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협상이 훨씬 더 민감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정보 소식통의 견해를 전했다.
하마스가 납치해간 이스라엘인들에는 외국인, 미국과 유럽국 등 다른 나라 국적도 지닌 이중국적 이스라엘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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