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중동 불안 '호재' 계산…가자 민간인 참사에 "서방 위선" 반격
중, 대만문제 한숨 돌릴 듯…'일대일로' 맞선 미·인도 영향력 확대 차질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격화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비난을 받는 러시아에 반격의 소재가 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 국가의 개입으로 확대되면 우크라이나에 치중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이스라엘로 분산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만의 미래를 놓고 대립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쏠리는 것은 반길 일이다. 여기에다 중동 정세 불안 심화는 미국의 경제적 패권이 약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 또한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경쟁국들에는 호재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국제 체제를 훼손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정신 없이 바쁜 미국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복 공습으로 지금까지 약 2천7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놓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자신들을 비난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위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와 비교하며 이스라엘인과 나치를 동일시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신식민주의에 맞서는 국제 운동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인들은 이스라엘 분쟁이 가능한 한 오래가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들에게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전술·전략적으로나, 서방세계에 맞서 자신들의 서사를 강화하는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석유와 가스 수출이 제한받은 이후 대체 공급지 역할을 하는 중동이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전쟁에 휩싸여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번질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약화 내지 무력화될 수 있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국인 4명이 죽고, 3명 이상이 납치됐지만 중국은 수십년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우선 중국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테러'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2일 셀소 아모림 브라질 대통령 국제 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문제의 핵심"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팔레스타인 인민에게 정의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대비하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중동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
안톤 본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을 불안 요인으로, 중국을 평화 요인으로 그리려 한다"며 "중국의 목표는 개발도상국들에 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미국은 물론 경쟁국인 인도를 경제적으로 견제하는 데도 득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이 지난달 미국 주도로 닻을 올렸는데, 중동 정세의 불안 가중으로 제대로 추진될지도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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