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생명줄' 국경 검문소 왜 안열리나…美주도 협상 역부족?

입력 2023-10-17 12:08   수정 2023-10-17 17:02

[이·팔 전쟁] '가자 생명줄' 국경 검문소 왜 안열리나…美주도 협상 역부족?
"이집트, 팔레스타인 난민 원치 않아…이스라엘은 구호물자 반입 반대"
미국,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으로 돌파구 모색…"이스라엘과 구호물자 제공 합의"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이 추진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외부를 잇는 통로 개방이 16일(현지시간) 실현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기로 하는 등 미국이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집트·이스라엘과 대화를 통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이날 일시 개방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앞서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집트, 이스라엘이 이날 약 8시간 동안 라파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곧바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라파 통행로의 검문소가 열리지 않으면서 가자지구에서 탈출하려 몰려든 수백 명과 가자지구 반입을 기다리던 구호물자들은 허탕을 쳐야 했다.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지금까지는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로 구호물자 반입이나 제3국 국민의 출국을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경 개방과 관련해 이집트와 이스라엘 양국이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은 허용하겠지만, 이중국적자 등 이집트 국적을 가진 사람만 이집트로 입국을 받아주겠다고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의 출국을 허용하려 했으나, 인도적 구호물자 등의 가자지구 진입은 막겠다는 입장이라고 다른 나라 관리들이 전했다.
한 외교관은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원치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공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들 당사국은 정치적 합의에 이를 수가 없다"고 FT에 말했다.
유엔 내 구호사업 최고 책임자인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집트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거 자국에 입국할 경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무기한으로 져야 한다는 점을 우려해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주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은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약 500∼600명의 안전한 출국과 인도적 구호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통로 개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난처 마련 등을 위해 협상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나흘 만에 이스라엘을 다시 찾아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과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갖고 바이든 대통령의 18일 이스라엘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로 인해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것에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가자지구 구호 물품 반입 등 국경 개방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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