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목표 달성…"이건희, '예고홈런' 베이브루스 같은 리더"(종합)

입력 2023-10-18 18:30  

초일류 목표 달성…"이건희, '예고홈런' 베이브루스 같은 리더"(종합)
이건희 회장 3주기 맞아 한국경영학회 추모 학술대회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이건희 '신경영정신'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으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마틴 명예교수는 이날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이 선대회장은 당시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발명하는 입장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며 "관련 데이터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고, 삼성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전략 이론가"라고 설명했다.
또 브랜드 가치 보전 등의 도전을 극복한 할리우드 영화 '레고무비'를 예로 들며 "이 선대회장 역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직시하고 개별 모델의 요소를 포함해 각각 우수한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형태로 갈등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선대회장의 전략 이론가와 통합적 사상가적인 면모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마틴 명예교수는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 선대회장에 대해 "모범 사례가 될 만한 리더"라며 "삼성이 잘하지 못했던 분야를 선정해 최고가 되고 초일류가 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실제로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을 마틴 명예교수는 홈런을 치겠다고 예고하고 실제로 홈런을 날린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에 비유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25일 이 선대회장 3주기를 앞두고 고인의 리더십과 사회공헌,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이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나선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과 삼성 관계사 임직원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초청된 국내외 석학들은 삼성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6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신경영이 가진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틴 명예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을 맡은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 선대회장의 '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家)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며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미술품 2만3천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삼성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 교수는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 선대회장의 '가능성을 넘어선 창조'는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30년 전에 만들어진 삼성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식으로 수립됐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이 성공한 요인으로 인사를 꼽으며 "이 선대회장은 먼저 인재를 육성하면 뛰어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람 중심적인 철학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고 수준의 인재에게 이에 걸맞은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고, 학력이 아닌 스킬(능력) 기반 채용을 한 점이 매우 혁신적이었다"며 "요즘 IBM, 구글 같은 기업들을 보면 이런 스킬 기반 채용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의 어린이집 사업에서 나타난 윤리경영을 소개하며 "윤리를 이윤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고, 교육과 인재 양성을 핵심으로 두고 진행했다"며 삼성의 신경영이 품은 윤리적 정신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성의 신경영은 퀄리티, 변화·혁신, 글로벌, 사람 중심 등 신세대 시각에서 강점으로 부각 가능한 DNA를 보유했다"며 "디지털 경영, 개성 경영, 콜라보 경영, 인권 경영 등으로 미래 세대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신흥국 기업의 '기업가 정신·혁신·글로벌화' 등과 같은 과제에 삼성 신경영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무대에 올라 3주기 추모 공연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백건우의 해외 연주 활동을 후원했으며, 백건우는 2000년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백건우는 앞서 2020년 이 선대회장 별세 당시 빈소를 찾아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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