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한복판에서 또다시 인도주의적 대참사가 일어났다. 1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 중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수백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자 보건당국은 사망자가 최소 500명이고 수백 명이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밝혔다. BBC와 알자지라 방송이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공습했다고 최초 보도한 가운데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하고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폭 탓으로 돌리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지, 정확한 폭발 경위는 추후 가려지겠지만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료시설이 폭발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인도주의적 재앙이다. 특히 이 병원은 전쟁으로 인해 강제로 집을 떠나게 된 어린이와 여성, 난민 수천 명의 피난처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만일 하마스 측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의 폭격이라면 이는 용납 못 할 전쟁범죄다. 국제인도법(전쟁법)의 근간인 제네바협약 제1의정서 제51조는 전쟁이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민간인은 공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무차별 군사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지난 7일 휴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해 어린아이와 여성 등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다수를 인질로 납치한 하마스의 야만적 행위도 전쟁범죄와 다름없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과도한 보복행위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대량 살상했다면 이 역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스라엘 측 발표대로 이번 병원 참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폭이라면 이 또한 규탄받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환자를 치료하고 난민을 수용하는 의료시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로켓 발사를 했다면 이 역시 어떤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다.
확전을 막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그 의미가 반감된 느낌이다. 현지시간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뒤 요르단으로 이동해 이집트 대통령·요르단 국왕·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4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참사로 회담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주변 이해당사국 간 중재를 모색해보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전쟁이 확산하면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더욱더 큰 인도주의적 재앙이 초래된다. 어렵긴 하지만 피의 보복만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국제사회가 중재 실마리를 찾고 이·팔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외교적 해법의 불씨도 살려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