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중 한명,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
"물가상승률 둔화, 예상보다 늦어질 듯…이·팔사태 영향 예단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다시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해서(돈을 빌려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조정은 일단 미시적 정책을 통한 대응이 먼저라면서도 "한은이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금통위원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해 "5대 1로 갈렸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명 중 한명이 "향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과 내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회의에서는 금통위원 여섯명 모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위원이 나온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하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로 유가를 들었다.
그는 "유가가 8월 전망 당시보다 많이 올랐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신용시장에 부담이 오고, 이에 따른 주택 공급 축소 우려가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는데.
▲ 정부가 그런 우려를 대비해 공급 대책을 이번에 마련했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도, 서울 몇 지역이 예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지 서울 지역 전체나 지방까지 보면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제 멈췄다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행 총재로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금융 비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본인 능력 안에 있는지,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산 뒤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한다.
--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가계부채를 부실화하지 않으면서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나.
▲ 금리를 통한 가계부채 조정, 이론적으로는 할 수 있는데 엄청나게 올리거나 엄청나게 내려야 한다. 우리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된 것이 많아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변화를 타깃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 조정은 미시적 조정을 통해서 해보고 정 안되면 금리를 통해 거시적 대응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많은 금통위원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해서, 통화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 다들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나.
▲ 작년 금리를 막 올리기 시작할 때 부동산 PF가 연말에 문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올해 중반이나 하반기부터 차차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작년 말 지자체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부동산 PF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크게 반응했다. 관리가 안 되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점 대비 20∼30% 떨어지면 어떻게 관리하나 걱정했고, 물가가 오르는 국면이라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금리를 올리는 대신 미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자고 했고, 결과적으로 갑자기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피했다.
반면에 금리도 유지하고 그러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가 커져) 거래량도 늘고 수도권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특정 지역이 아닌 전반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올라 부동산기업들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정부가 대주단을 이끌어 부동산 PF 중 10% 정도는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했다.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 부담으로 인한 부동산 PF 문제가 조금씩 나타날 수는 있다. 정부는 큰 충격 없이 정리하고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8월 전망 당시보다 늦춰질 것이라고 했는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고려된 것인지.
▲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몇주가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시나리오가 더 적합할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등을 봐야 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8월에 예측했던 물가(상승률)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이전에도 유가가 저희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 향후 3개월 내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수준은.
▲ 이번에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성장경로, 물가 경로, 가계부채 추이 이런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좀 보고 결정하자는 면에서 동결했다.
향후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저를 제외한 여섯 분 중 한 분은 앞서 언급한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3개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다섯 분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현 상황을 평가해볼 때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통방시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 다섯 분 중 한 분은 이런 이유에 더해,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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