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내 채권 이자 못 갚자 채권자들 긴급회의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유예기간 내에도 역외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자 채권자들이 긴급회의를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경영진의 해외 도피설이 확산했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은 이날 로이터에 비구이위안 채권자들이 회사와 자문사 측에 긴급회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 채권자 그룹은 부채 재조정 잠정 패키지에 대한 논의를 모색하고 있고 약 20억달러(약 2조7천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주요 그룹은 투자은행 모엘리스 또는 PJT를 재무 자문사로 지정하는 방안에 다가갔다.
비구이위안은 18일이 기한인 달러 채권(2025년 만기)에 대한 이자 1천54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다.
원래 기한은 지난달 17일이었으나 이때도 갚지 못해 유예 기간 30일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두 채권자는 로이터에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채무 불이행으로 비구이위안 채권자들은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고 채무 재조정이 촉발될 수도 있다.
비구이위안 측은 아직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역외 미상환 채권은 110억달러에 육박하며, 만기가 다가오는 대부분 역외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입장을 최근 잇달아 밝혀 디폴트를 각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미완성 아파트의 분양이 급감해 현금 유동성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71억 달러의 적자를 봤고 올해 들어 9월까지 사전판매(대다수 중국 업체가 주택 완성 전에 미리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감소했다.
비구이위안은 재무구조와 유동성 상태를 점검하고 통합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투자은행 훌리안로키와 중국국제금융투자회사(CICC),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자문사로 선정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크레디트사이츠는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 속에 이자 지급 기한 이튿날인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SNS)상에는 비구이위안 양궈창(楊國强) 창업자와 지분 53%를 가진 그의 딸 양후이옌(楊惠姸)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이에 컨트리가든은 이례적으로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부녀가 모두) 현재 중국 내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비구이위안이 지난 8월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채권단과 채무 재조정 방안을 협상 중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비슷한 운명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한때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지금은 나란히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샅샅이 뒤지는 처지에 몰렸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