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검침도 무선통신 가입자냐" vs "기술발전 무시하고 옛 기준만 고집하나"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이르면 내달 초 통신업계 지각 변동이 예상되면서 물밑에서 때아닌 '숫자 싸움'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맏형' 격인 KT[030200]가 '막내'인 LG유플러스[032640]에 턱밑까지 쫓긴 상황이 숫자 해석에 관한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하는 9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서 LG유플러스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로 2위 KT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불리고 있어서다.
직전 8월 통계에서 KT와 LG유플러스의 전체 가입자 수 격차는 42만7천418명으로, 점유율로는 0.5%포인트(KT 21.4%, LG유플러스 20.9%)까지 좁혀진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LG유플러스는 총가입자 수를 112만683명 늘린 반면, KT는 같은 기간 14만7천773명을 늘리는 데 그쳤다. SKT[017670]의 1년간 가입자 증가폭은 84만5천620명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선통신의 핵심인 휴대전화 가입자 수만 따지면 8월 현재 KT가 24.2%의 점유율로 LG유플러스(19.6%)에 4.6%포인트 앞서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전체 격차가 좁혀진 비밀은 IoT, 그중에서도 원격관제 사물지능통신에 있다.
지난 1년간 LG유플러스는 IoT 회선을 123만2천19개 늘렸는데 그중 절대다수인 105만4천605개 회선이 원격관제에서 나왔다. 현대차그룹에 무선통신을 공급하면서 차량관제 회선도 1년간 통신 3사 중 가장 큰 증가폭(6만3천911개)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주력한 원격관제 IoT 회선 중 상당수가 저가형 수도·전력 검침용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외형적인 몸집 불리기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울러 기업이 대단위로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 B2B(기업 간 거래)용 IoT 회선을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 통계에 포함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일부에서 나온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통신 회선을 이용하는 신규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실태를 고려하면 IoT 통계를 빼고 옛 기준대로 휴대전화 가입자만 따지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 통계가 기술 진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휴대전화 정도에 불과했던 무선통신이 태블릿 PC와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IoT를 넘어 향후 자동차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으로까지 그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는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계 논란과 별개로 상위 사업자들이 기본인 통신 서비스 개선과 소비자 만족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LG유플러스가 KT와의 격차를 좁힌 것은 IoT 회선만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3사 모두 지난 1년간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 LG유플러스의 감소 폭은 24만896명으로 SKT(31만2천32명)와 KT(31만2천741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사이 알뜰폰 가입자가 142만1천321명 급증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이 통신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데이터와 속도제어 옵션을 고객이 직접 이용 패턴에 맞게 설계한 5G 선불 온라인 요금제 '너겟'을 출시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의 호평을 받았으나, SKT와 KT는 아직 비슷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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