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후 200여명 납치한 후 첫 석방, 인질 대다수는 무사
석방 모녀, ICRC 통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인계 전망
(요하네스버그·이스탄불=연합뉴스) 유현민 김동호 특파원 =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일(현지시간)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 2명을 풀어줬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약 200명을 납치해간 후 첫 석방이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카타르의 노력에 부응해 알카삼 여단이 미국인 모녀 2명을 인도적 이유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알카삼 여단은 하마스의 군사조직이다.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해 하마스를 비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 "우리는 인도주의적인 이유다"며 "그리고 바이든과 그의 파시스트 행정부가 한 주장이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는 것을 미국인들과 국제사회에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 당국 관계자는 하마스의 인질 석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풀려난 인질이 미국 국적의 주디스 라난과 그녀의 딸 내털리라고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카고 외곽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달 친척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유대 명절을 지내기 위해 이스라엘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할 오즈 키브츠에 머물다가 지난 7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됐다.
이들 모녀와 함께 있던 10여명의 가족과 친척들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풀려난 미국인 모녀의 신병은 가자지구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인계됐으며,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로 이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붙들고 있는 인질들을 다치지 않도록 하게 하려면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을 피해야 한다는 식의 압력을 가하려고 석방 시기를 잡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은 분석했다.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는 무장대원을 침투시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뒤 민간인, 군인, 외국인 등을 다수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인질들은 하마스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지하드(PIJ) 등에 억류된 채 가자지구 곳곳에 분산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200∼250명의 인질을 억류 중이라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인질의 수를 203명으로 추산한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앞서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인질 대부분은 살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날 이스라엘 남부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12세 소녀와 그의 80세 할머니가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며 이스라엘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hyunmin623@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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