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불법체류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를 표방해온 미국 시카고시가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문제로 주민들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1만9천여 명의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를 수용한 시카고시는 겨울철을 앞두고 2천930만 달러(약 400억 원)를 들여 '이주민 겨울나기용 천막촌'을 조성하기로 하고 히스패닉계가 다수 거주하는 도시 남서부 브라이튼파크 지구의 대형 주차장에 부지 조성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불체자 천막촌에 반발,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줄리아 라미레즈 시의원(민주)이 전날 보좌관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라미레즈 의원은 경찰의 제지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그의 보좌관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라미레즈 의원이 별도의 공지 없이 시위 현장에 도착했으나 일부 시위대가 그를 알아보고 다가가 주민들의 염려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소요가 일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십명이 그를 둘러싸고 소리치다가 밀치거나 끌어당겼다"며 "라미레즈 의원이 자리를 뜨려 하자 그를 붙잡고 공격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라미레즈 의원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고 순찰차에 올라 현장을 벗어났다.
라미레즈 의원은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 주민들과 직접 만나 향후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시위 현장을 찾았다"며 "하지만 시위대는 평화로운 대화를 원치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라미레즈 의원이 시 당국의 결정을 묵인해 지역사회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숫자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은 불법이민자 다수가 우리 동네로 유입되면 범죄가 늘고 재산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신변 안전까지 걱정하며 살게 될 것"이라며 "같은 히스패닉계라 해도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이민자의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막촌 예정지 인근에 주택을 소유한 한 윌리엄 데스페로이스는 "천막에 사람을 수용하는 것이 비인간적일 뿐아니라 주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안전하지 못하다"며 "(부유층 거주지인) 도시 북부에 건물을 짓고 그들을 수용하라"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천막촌 조성 공사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이나 라미레즈 의원 모두 이 사실을 공식 확인·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존슨 시장은 사태 발생 후 성명을 통해 "평화로운 시위와 표현 자유를 지지하지만 공직자에 대한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시장실이 시카고 경찰과 함께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위대는 현장 입구를 막고 공사 트럭과 인부들의 출입을 제재하고 있다"며 "시장실은 이번 사태가 계획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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