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북한'이 딱 한차례 등장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도시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할 목적의 공격용 드론과 탄약을 구입하기 위해 이란과 북한에 의지했다"는 대목에서였다.
물론 연설의 목적이 대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지지 호소였기에 당연한 것일 수 있었으나 지금 북한, 북핵이 미국 외교·안보 현안 중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딱 그 정도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등을 제공한 정황이 최근 드러나면서 그나마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그 정도인 듯 했다.
필자는 조현동 주미대사의 지난 15일 국감 발언에서 외교·안보 분야 고위 공무원의 공개석상 발언으로는 듣기 쉽지 않은 솔직담백함을 느꼈다. 조 대사는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고,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과거보다 점점 작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북핵·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조야의 '관심 부족'과 '안심' 중 후자에 가깝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장억제(미국 본토 수준의 핵 억지력을 제공하는 핵우산 개념)의 실효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4월 한미정상 '워싱턴선언'과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워싱턴에서는 북핵 대응과 관련해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부차관보는 지난 18일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서 "확장억제가 지금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플랜 B'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중동에 북한, 대만까지 더해지며 미국이 3∼4개의 전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 안보를 금전적 이해타산과 노골적으로 연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상황 등 예상 범위 밖에 있다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때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은 절대 찢어지지 않으며, 미국은 반드시 한국을 지키기 위해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감수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플랜B'로는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핵무장 잠재력 보유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한미 정부는 공히 북한의 '전제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핵보유국 북한'이라는 '외교 실패'를 한미 모두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워싱턴선언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한국 정부도 독자 핵무장론이나 핵무장 잠재력 보유에 대해서는 거의 '봉인'한 듯 하다.
미국, 더 좁혀 말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잇달아 터진 전쟁들에 지쳐 보인다. 외부에서 관여해야 하는 전쟁이나 안보 위기가 최소한 내년 11월 대선때까지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일어나면 최우선 과제는 지금 이스라엘 문제에서 확인하듯 '확전방지'일 것이다.
또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9월 7∼18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을 동원하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 49%로 오차 범위(±2%p)내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러의 '비호'·'묵인' 하에 보란 듯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조용히 핵분열 물질 보유고를 늘려 나가고 있다.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공조를 견고하게 유지하되,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것들로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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