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하마스 통치 종식 뒤 재점령 않겠다는 의미
"지상군 투입해 하마스 없애고 유엔·아랍권 지지받는 통치기구로"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앞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몰아낸 뒤 과도기 통치기구를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양국 관리들은 유엔이 지지하고 아랍 각국 정부들이 관여하는 과도정권 수립 가능성을 포함해서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의 장래를 살펴보고 있다고 관련 소식통이 밝혔다.
관련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특히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침공 성공 여부 등 향후 사태 전개에 달려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또 이와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주변 아랍 국가들의 수용이 필요하지만, 이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간 이스라엘 관리들은 가자지구를 점령할 의도는 없지만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계속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전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의회에 출석,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고 이 지역에 새로운 안보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지상군 작전 마무리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의도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않으면서 하마스의 통치를 끝낸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제가 제기되자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 이후 사태 전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은 하마스를 몰아내는 것 이상의 뚜렷한 목적이 없는 가자지구 공격이 사태를 중동 지역 전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침공 시기를 늦추기 위해 애써 왔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는 더 많은 민간인이 주공격 대상인 가자지구 북부를 벗어나고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비밀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날 하마스는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 주디스 라난과 그의 딸 내털리 등 2명을 풀어줬다. 이는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첫 인질 석방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가자지구의 통치체제 준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중동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어셔는 과도정권 수립이 엄청나게 어렵고 아랍 각국 정부의 묵인을 얻어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스라엘 제1야당 '예쉬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지난 19일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돌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 CIA 선임 중동 정보관리인 테드 싱어는 2006년 총선 참패 이후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된 PA가 "신뢰성을 상실했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도 거의 다스리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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