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재 육성·초격차 기술 통한 경쟁우위 확보 지속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습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 2주기였던 지난해 10월 25일, 이틀 뒤 예정된 회장 취임에 앞서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런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주력 분야인 반도체 업황 악화와 경쟁 격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첨단 제조업 기업으로서의 본질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현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과거부터 우수한 기술 인재 육성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체 한국 경제의 미래 생존을 좌우한다는 철학을 꾸준히 밝혀 왔다.
상무였던 2006년 일본의 한 기업을 방문했던 이 회장은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숙련 인력 중 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과 일본 내 기능대회 수상자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귀국 후 그는 기술 부문 책임자를 만나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나라이고 삼성도 제조업을 통해 성장한 회사이지만 기술 인력 육성과 사회적 관심은 약화하는 것 같다"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우수한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활동을 제안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고용노동부와 협약을 맺고 사내에 기능올림픽 사무국과 훈련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기능대회 출신 우수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채용에 나섰다.
전무였던 2009년에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현장을 방문해 "기술인재 후원은 회사가 잘되는 것뿐 아니라 국민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회에 나올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장 취임 이후인 올 3월에도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현장 혁신을 책임질 기술 인재들을 항상 응원하겠다"고 학생들을 격려하는 등 제품 제조와 개발, 품질 유지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 기술 인력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신기술 확보만이 기업 생존을 담보한다는 의지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첨단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조는 강해졌다.
부회장이었던 2018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려면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에게 혁신과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의 미래 선행기술 연구개발 핵심 조직인 삼성리서치를 찾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래를 먹여 살릴 신기술 개발에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 대확산과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중첩된 시기를 지나오는 동안에도 기술 개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의지를 한결같이 드러냈다.
2020년 6월 경기도 화성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에서는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며 DS 부문 경영진을 독려했고, 이듬해 1월 삼성리서치 사장단 회의에서도 "미래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라며 삼성이 처한 현실을 엄중하게 진단했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에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비) 등 미래 신성장 분야의 글로벌 업계 상황을 살펴본 그는 귀국 후 취재진을 만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 같다"며 차별적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2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하며 '기술 초격차'로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보였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