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주변 주민·구호활동가들 '반색'…유엔 사무차장 "강렬한 협상 끝 성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이 전쟁 2주 만인 2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반입되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고립돼 있던 주민들과 이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우려해온 국제사회가 일제히 환영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께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분이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 가자지구로 진입했다.
국경 통과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던 트럭들 가운데 1차 반입분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잔혹한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에 나서면서 가자지구는 전면 봉쇄됐다.
연일 끊이지 않는 포격으로 삶의 터전이 황폐해진 상황에서 물과 전력, 식량, 의료품마저 끊긴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은 인도적 위기 그 자체였다.
이런 위기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 속에 국제구호 기구와 주변국들이 제공한 구호 물품 트럭 200대는 이미 지난 15일께부터 국경 부근에 집결해 반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과 식료품, 담요, 연료, 의료품 등 3천톤(t) 분량이다.
국경 개방에 따른 난민 유입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구호품 반입 협상이 난항을 겪다 드디어 이날 1차 반입이 성사되자 국경 주변에 모여 있던 수백명의 가자지구 주민들과 구호 활동가들은 환호했다.
국경에 모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주로 외국 여권을 소지한 이들로, 전란을 피해 이집트로 건너가려고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란민들을 돕고 있던 구호 활동가 일부도 물품 반입을 손꼽아 기다리며 국경에서 대기 중이었다.
1차 반입분을 담은 구호품 트럭 행렬이 서서히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자 이들은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쳤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도 환영 성명을 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적대행위가 발생한 지난 7일 이후 처음으로 구호품 호송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했다는 오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물론 주변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구호품 반입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구호품 반입이 어렵사리 타결된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구호품 전달은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이 신속하고 적절한 조건에서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관련 당사자와 수일간 깊고 강렬한 협상을 벌여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일은 구호품을 안전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가자지구 사람들은 수십 년의 고통을 견뎌왔다. 국제사회는 그들이 더 실망하게 해선 된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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