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서안 작전 책임자였던 인물이 영국 국적으로 활동하고 주택 지원도 받았다고 더 타임스지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무하마드 사왈하(62)는 1990년 지명수배자가 돼서 이스라엘에서 영국으로 도피한 후 2000년대 초반 국적까지 취득했다.
사왈하는 이스라엘에서 하마스 소속으로 공식 지정된 인물이며 2004년에는 미국 법무부가 그를 서안지구 하마스 군사 작전 책임자로 규정했다.
당시 미 법무부는 이스라엘 내 불법 테러활동 자금 지원을 위한 15년간의 음모에 관해 기소하며 그를 공모자로 기재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런던에서도 하마스 활동을 이어갔다.
영국 도착 직후인 1992년에는 이스라엘 내 테러 활동을 되살리는 한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활동 지원을 위한 자금세탁을 돕기 위해 비밀회담을 개최했다.
2010년과 2012년에 하마스 지도자와 사진을 찍었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하마스 정치국에서 일했으며, 2017년에 이어 2019년에도 하마스 대표단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외무부 차관을 만났다.
2006년 BBC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사왈하가 하마스의 정치, 군사적 전략 상당 부분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01년 3월 하마스 군사조직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지만 정치조직은 빼놨고 이 부분이 사왈하에게 여지를 줬다. 영국 정부가 하마스 전반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2021년이다.
그는 2003년 런던 북부 바넷 지역의 2층짜리 공공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2021년엔 '매수권'을 이용해서 집을 샀다. 이 과정에 공공주택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할인을 11만2천파운드(약 1억 8천400만원) 적용받았다.
이 지역은 영국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바넷 구의회 의장은 "사왈하가 우리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니 공포감이 들었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사왈하의 존재는 이미 2020년 구의회를 통해 경찰 대테러 부서에 전달됐으나, 당시 공공 임대주택 거주가 제재 위반인지에 관해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는 영국 내 한 모스크의 책임자를 지냈으며 제러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 현재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훔자 유사프 등 고위 정치인들도 만났다.
그는 하마스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후엔 런던과 이스탄불에 오가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왈하의 변호인들은 더 타임스에 "그는 법을 지키는 영국 시민이며, 의혹에 심각한 허위 주장이 다수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