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러 무기거래 의심 위성사진 제공…러 "확실한 증거 안된다" 항변
수단·부르키나파소, 北 다련장로켓 수입 의혹…미얀마도 北과 협력 의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북한이 불법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증거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다시 한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선 유엔이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직후부터 북한의 수출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최근 미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1천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말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 그룹의 무기 거래와 관련한 정보를 유엔 대북제재위에 직접 전달했다.
당시 미국이 제출한 정보에는 러시아와 북한에서 찍은 두 장의 위성 사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7일(현지시간)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위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무기 수출 의혹에 대해 계속 조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러시아의 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컨테이너 열차 사진에 대해 전문가패널에 "(무기가 실렸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며 "북한과 물품거래를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반응은 수사권이 없는 전문가패널이 사진 외에 더 이상 컨테이너의 행선지 등을 추적할 수 없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제재위 보고서에는 러시아 외에도 다양한 국가들이 북한의 무기를 수입한 것으로 지목됐지만, 역시 전문가패널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북한의 다연장로켓 등을 수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수단과 부르키나파소는 전문가패널의 사실확인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무기 개발 등을 위해 북한과 협력한다는 의혹을 받는 미얀마 군정도 전문가패널의 질의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총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은 수사권이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에 더해 북한과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전문가 패널을 이끌었던 영국의 에릭 펜턴-보크 전 조정관은 최근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가 중 2명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패널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 8명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자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도록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펜턴-보크 전 조정관은 기자회견에서 패널 활동을 방해하는 전문가의 국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파견한 전문가를 지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그로 인해 (2명 때문에) 전문가 패널이 발표하는 보고서가 근본적으로 희석된다.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