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멜로니 총리 "이탈리아, 다시 세계의 주인공 됐다"

입력 2023-10-23 01:56  

'취임 1년' 멜로니 총리 "이탈리아, 다시 세계의 주인공 됐다"
1년 성과로 가계·기업 지원, 국제무대 주도적 역할 꼽아
성장율 둔화·재정건전성 악화·가족 문제 등은 위기 요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정부 출범 1년의 성과를 꼽으며 이탈리아가 다시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발간된 이탈리아 보수 성향 일간지 일 조르날레와의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울러 정부가 1년 동안 가계와 기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조치, 특히 현재 의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정부가 1년 동안 달성한 많은 일 중 하나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난 모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특히 가계와 기업을 위해 결정한 조치와 국제무대에서 이탈리아가 새롭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22일 공식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인 동시에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극단주의 성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친유럽, 친서방 정책 노선을 유지하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확고한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동맹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전통적인 가족관, 이탈리아 문화유산 보호 정책, 반이민 정책 등으로 보수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우파 연정을 구성한 동맹(Lega)과 전진이탈리아(FI)가 나란히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 데다 야당마저 분열돼 있어 멜로니 총리는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 정부의 전후 평균 임기인 14개월을 넘어 순항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경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내년 이탈리아 경제 성장률이 각각 0.7%,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분쟁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멜로니 총리는 내년도 예산안을 '치적'으로 내세웠지만, 경제 성장세 둔화 국면에서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자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6일 24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초안을 공개했다. 예산안엔 43억유로(약 6조1천억원) 규모의 중·저소득층 소득세 감세와 70억유로(약 10조원)에 이르는 공공부문 임금 인상 계획 등이 담겼다.
멜로니 총리는 개인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멜로니 총리는 8년간 동거해온 방송인이자 7살 딸의 아버지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씨가 음담패설 추문에 휩싸이자 지난 20일 결별을 선언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로마의 브란카초 극장에서 열린 FdI의 집권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영상 메시지만 보냈다. 대신 그는 이날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멜로니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우리가 한 일,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가 모두 자랑스럽다"며 "나는 거울을 봐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 보인다. 고개를 높이 들고 걸어왔으며,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정당들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동안 FdI는 높이 날았다고 주장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가 증명한 것은 비열해지거나 지름길을 택하거나 형편없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 않고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성취하고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성공한다면 모든 사람은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고,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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