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국채금리 급등, 중동 전쟁 등에 실적시즌 무색"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주요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번 주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발표가 24일로 예정된 것을 비롯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25일), 아마존(26일) 등도 잇따라 실적을 공개한다.
이어 애플은 다음 주(11월2일), 엔비디아는 오는 11월2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9일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9.3%나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매그니피센트7'로 불리는 이들 7개 기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이들의 실적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배당을 포함한 총수익률이 11% 상승했으나 이들 7개 기업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0.6%에 그쳤다.
또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해 S&P 500 주당 순이익의 17%를 차지했으며 2025년에는 2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팩트셋의 조사 결과, 이번 3분기 S&P 500 기업의 이익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월가에서는 실적 시즌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MS의 이익이 각각 4.8%와 13% 성장하고 메타와 엔비디아는 무려 116%와 468% 증가하는 등 이들 빅테크는 다른 기업에 비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각종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17개 주는 지난달 아마존이 불법적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경쟁업체에 피해를 줬다면서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도 지난달부터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며, 애플은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 등 사업 규제에 직면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와 함께 이들 7개 빅테크의 주식 가치가 S&P500지수 전체의 30%를 차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이들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싸서 주가 하락에 취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일 현재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의 5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애플과 MS는 각각 26배와 28배로, 지난 10년 평균인 18배와 23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실적 시즌에는 지금까지 미국 증권시장이 개별기업 실적보다는 중동 분쟁과 국채 수익률 급등 등 거시적인 악재에 보다 영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13일부터 6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에서 S&P 500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400개 종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3차례 실적 시즌에서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흐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특징인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 현상이 9월 중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과 미국 하원의 권력 공백 등의 역풍으로 다시 나타난 이후 중동 전쟁 발발로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매크로(거시경제)가 시장을 다시 지배하고 있다"며 "중동의 상황이 확실히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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