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두 학자, WSJ 기고서 연준 통화정책 비판
"전례 없는 양적 완화 후 1933년 이후 최대 양적 긴축"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들이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를 위협하면서 1987년의 블랙먼데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블랙먼데이는 1987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하루 만에 주가가 22.6%나 빠진 주가 대폭락을 일컫는다. 월요일 증시가 크게 떨어질 경우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스티브 행크 응용경제학 교수와 존 그린우드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연준의 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두 전문가는 기고에서 연준은 통화량의 엄청난 증가를 무시하면서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했으며, 2021년 초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는 공급망 중단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폈었다고 밝혔다.
또 이제는 지나칠 정도로 가파른 양적 긴축(QT)으로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경제마저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고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의 통화 유통량은 급증했다.
2020년 3월부터 2년 동안 통화량 지표 M2는 전례 없이 연간 16.5%의 비율로 증가했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에 적절한 비율의 3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연준은 이후 지난해 3월 방침을 바꿔 먼저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해 통화 공급을 줄인 뒤 뒤 양적 긴축을 도입했다.
덩달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 사이 M2는 3.9% 감소했는데, 이는 1933년 이후 가장 극심한 축소였다.
두 전문가는 이 같은 급격한 통화량 축소와 관련해 우선 연준의 양적 긴축을 꼽았다.
지난해 6월 연준은 대차대조표상으로 월 450억달러(약 61조원)씩 줄이기 시작했고, 9월에는 이를 배인 900억달러로 늘렸다.
이런 양적 긴축으로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극적인 매도세가 펼쳐졌다.
두 번째 요인은 상업은행 신용 가용성(대출과 은행 유가증권 보유의 합계)의 감소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은행 대출은 둔화했고, 은행들은 유가증권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상업은행은 총 17조3천600억달러를 보유했으나 올해 9월에는 17조2천800억 달러로 줄었다. 이 중 유가증권 보유액은 같은 기간 거의 6천억 달러 감소했다.
1987년 주식 시장 붕괴는 이런 점에서 비롯됐다는 게 두 전문가의 주장이다. 그해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월 7%에서 10월 블랙 먼데이에는 10%까지 갈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통화 공급도 급격히 둔화했다.
두 전문가는 현재의 채권 수익률 급등과 통화 압박이 1987년보다 훨씬 더 뚜렷하기 때문에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통화 공급은 18개월 동안 지속해 줄면서 이제는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해 있고, 심지어 2025년에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 수도 있다고 둘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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