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코앞 '이례적' 평가 속 외신 "대만 행정원장, 폭스콘과 접촉 중…필요시 도움 줄 것"
궈타이밍 출마시 '야당 표 분열 가능성' 차단 분석도…향후 中 경제압박 더 심화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대만의 주력 기업인 폭스콘을 콕 집어 세무·토지 조사에 나선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일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익명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를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세무·토지 조사는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은 폭스콘과 접촉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폭스콘은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로 중국 여러 지역에서 수십만 명을 고용 중이며,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만 애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작년 10월 코로나19 확산 속 공장 봉쇄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바람에 생산 차질을 빚었고, 그 때문에 애플과 폭스콘은 중국 공장의 인도 이전 등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앞서 전날 중국 관영 영어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세무 당국이 폭스콘의 광둥·장쑤성 사무소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중국 자연자원부도 폭스콘의 허난·후베이성 공장의 토지 사용과 관련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폭스콘 등 대만 회사들은 평화로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촉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해 이번 조사의 배경·목적과 관련해 의구심을 키웠다.
대만에선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문을 빌미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무역 장벽 조사로 경제적 강압을 해온 중국이 이번엔 폭스콘에 칼날을 겨눈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폭스콘이 이번 총통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郭台銘)이 창업한 기업이라는 점을 눈여겨본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최대 5세대 이동통신(5G) 업체 화웨이를 전폭 지원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애플은 물론 대만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폭스콘 손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더해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총통 선거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경우 야권 분열로 독립 성향의 대만 집권당이 선거에 유리해지는 상황을 차단할 목적으로 이번 조처를 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궈타이밍은 내달 2일까지 유권자의 1.5%인 29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독립 성향을 보여온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재집권 저지에 나선 중국은 친중 세력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당선을 가장 바라고 있으며, 허우 후보와 중립 노선의 민중당 커원저 후보 간 단일화 후보의 당선을 차선책으로 여긴다.
실제 지난 14일 대만 타이완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도시발전교류협회가 여론조사기관인 트렌드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진당 라이 후보가 30.1% 지지율로, 민중당 커 후보(24.5%)와 국민당 허우 후보(17.3%),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11.3%)를 모두 앞질렀다.
궈타이밍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약 10%의 지지를 얻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불출마가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들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하고 나서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전력이 있다.
타이완뉴스는 또 국민당과 민중당이 총통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라이 후보와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인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조합에 승리한다고 보도했다.
궈타이밍이 출마를 접으면 '3자 대결'이 아닌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야권 단일 후보의 파괴력이 배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만큼,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 착수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니라 대만차기 집권 세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투영된 정치적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라이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대만 기업을 상대로 '중국 편들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중국의 폭스콘에 대한 세무·토지 조사를 겨냥한 뒤 그런 조처는 결국 대만과 중국 모두에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궈타이밍 후보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갔으며, 친중 이미지가 씌어 있는 허우 후보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만 내에선 총통선거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를 시작으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경제적 압박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9일 대만의 중국 상대 무역장벽에 대한 조사를 대만 총통선거 하루 전날인 내년 1월 12일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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