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소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의 한 한우농장에서 처음 발병이 확인된 뒤 23일 오후 현재까지 14건의 확진 사례가 나왔고 의심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22일까지 경기와 충남에서 모두 10건이 나왔으나 이날 처음으로 충북에서 발병이 보고됐다.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 치솟는 인건비와 사룟값에 고통받는 축산 농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럼피스킨병은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모기와 같은 흡혈 곤충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과 사료 등에 의해 전파된다고 한다. 감염된 소는 고열과 함께 피부에 혹덩어리가 생기는 특징을 보인다. 폐사율이 10% 이하이고 구제역과 달리 공기로 퍼지진 않지만 전파력이 강해 국내에선 1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확인된 이 병은 유럽과 러시아로 동진하면서 2019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국가로도 번졌다.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긴급접종에 필요한 54만 마리 분량의 백신을 도입해 비축해놨다고 하나 현재 사육소가 356만 마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는 3주가 걸린다고 하니 자칫 지난한 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기 확산세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럼피스킨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농가의 방역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가 간 접촉 자제와 농장에 외부인 출입 차단, 농장 내 소독과 세척 등 농가 스스로 기본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가들은 우선 사육소에 대한 적극적인 관찰을 통해 감염 의심개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발견 즉시 당국에 신고하는 등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구제역이 지난 5월 4년 만에 다시 발생한 것처럼 잊을 만하면 가축전염병이 재발하는 것은 가축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길러지는 환경이 1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감염 확산의 주된 원인인 가축 밀집 해소 등 근본적인 사육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가축 검역 및 방역 인력난이 심화하는 것도 당국이 시급히 살펴볼 문제다. 이번에 초동 방역에 투입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경우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본부 정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인력이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본부부터 소유 건물이 없어 2003년 설립 후 전국 44곳의 사무실을 빌려 사용해오고 있고, 일부 사무실은 가축분뇨 채취 등 관련 업무에 필수적인 샤워실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샤워실이 없는 사무실이 6곳, 남녀 구분 없이 쓰는 곳이 30곳에 이른다고 한다.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와 군 초급간부 구인난이 말해주듯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소명 의식과 사명감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는 당장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현장 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