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 보릿고개 넘었나…작년 대비 투자금 첫 증가
9월 7천178억원으로 86% 늘어…건수 줄고 금액 늘어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국내 스타트업들에 대한 작년 대비 투자금 증가율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조사한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7천178억원으로, 지난해 9월(3천861억원) 대비 8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작년 대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이 증가한 것은 9월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 감소율은 지난 1월(-84.3%)에 가장 컸다.
또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전후해 금융시장 경색과 벤처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4월(-77.4%)과 6월(-76.3%), 2월(-75.2%)에도 70%대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SVB발 여진이 점차 잦아들면서 6개월 만에 국내 스타트업 들이 보릿고개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투자 심리 위축으로 상반기 초만 하더라도 국내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회사의 생존을 위해 받는 극초기 투자)만 몰리는 특징을 보였다"면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기술력이 있거나 내수 시장을 잘 다진 기업에 점차 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대비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이 늘어난 점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105건으로, 작년 9월(130건) 대비 19.2% 줄었다.
금액별로 지난달 300억원 이상의 투자는 4건, 100억원 이상 14건, 10억원 이상 22건, 10억 미만 및 비공개 투자는 65건이었다.
토스뱅크(2천850억원)의 투자 유치 금액이 가장 컸으며 이어 스토리프로토콜(712억원), 피스피스스튜디오(500억원), 이그니스(348억원), 스카이랩스(270억원), 뽀득(180억원), 닷밀(158억원), 세이지리서치(155억원), 파인원(15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이 지난달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며 4분기 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등 스타트업들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여전히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제는 적어도 '될 회사는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어차피 결성된 펀드는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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