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침묵 깬 호주 원주민 대표들, 개헌 부결에 "부끄러운 일"

입력 2023-10-24 11:29  

일주일 침묵 깬 호주 원주민 대표들, 개헌 부결에 "부끄러운 일"
'원주민 호주 최초국민 인정·대변 헌법 기구 구성' 개헌안 부결…"끔찍하고 비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원주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를 세우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 결과 부결된 것과 관련, 원주민 대표들이 첫 단체 입장을 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14일 진행된 개헌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약 61%가 개헌에 '반대' 표를 던져 개헌안은 부결됐다. 그러자 호주 전역 원주민 지도자들과 원주민 권익 단체들은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주민 깃발을 반기로 게양한 채 일주일 동안 '침묵 주간'을 가졌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원주민 대표들은 침묵 기간이 끝나자 전날 국회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비열하다"며 역사는 국민투표에 반대한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진실은 대다수의 호주인이 고의든 아니든 부끄러운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이 결과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국민투표 부결의 원인이 야당을 중심으로 한 '고의적인 허위 정보' 때문이라며 이런 거짓 정보들이 "원주민들에 대한 인종 차별의 쓰나미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 서한은 원주민 지도자와 원주민 단체 등이 함께 작성했지만,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는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서한에 대해 개헌안을 반대했던 미카엘리아 캐시 자유당 상원의원은 "호주인들은 원주민 통합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에게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며 앨버니지 총리의 일방적인 개헌 투표 강행이 일을 그르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는 지난 14일 호주 원주민(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들을 호주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 찬반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개헌은 현 여당의 선거 공약이었으며 지난해만 해도 지지율이 80%에 이를 만큼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보이스'의 기능과 권한이 불분명하다며 반대했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반대 목소리가 커져 결국 부결됐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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