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자위권 지지하면서도 "인명피해 무시하는 군사전략" 비판
바이든 이어 오바마도 9·11 테러 언급, 신중한 대응 촉구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 등을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에 올린 장문의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판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 세계가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인명 손실을 무시하는 어떠한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도 결국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으로 이미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숨졌고 이 중 많은 이가 어린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민간인들에게 식량과 물, 전기를 차단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은 커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태도를 여러 세대에 걸쳐 더 굳어지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약화하고 (이스라엘이) 적들의 손에 놀아나게 하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려는 장기적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이달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면서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인질로 끌고 가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보복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전기를 끊기로 결정한 것과 수십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교 정책과 관련해 발언한 것은 드물다면서 이날 성명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역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발생하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했지만,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늘어나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이스라엘 방문도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언급했듯 미국은 참전했을 때 때때로 우리의 더 높은 가치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9·11 테러 여파로 미국 정부는 (테러조직) 알카에다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와 관련해 심지어 동맹국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9·11 테러를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에 과도한 보복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9·11 이후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그것을 얻는 동안 실수도 했다"며 미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조언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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