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 자위권 강조…러시아 "문제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이지헌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이란이 개입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이처럼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전쟁이 확대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만약 이란이나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이 어느 곳에서든 미국인을 공격할 경우, 우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미국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며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이란의 공모 가능성에 대해 '의심은 가지만 증거는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미국은 하마스나 헤즈볼라(레바논의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등에 대한 이란의 지원 강화나 분쟁 개입 가능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중동 지역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오는 26∼2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안보리에서 하마스 공격에 사망한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자들을 언급하면서 이사국들에게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한 나라의 자위권을 보장하고 이런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하마스를 향한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거듭 두둔했다.
반면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이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와 납치는 정당화할 수 없지만,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 분쟁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주도한 안보리 휴전 촉구 결의안을 부결시킨 것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미국이 준비한 결의안에 반대하고, 수정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네벤자 대사는 미국의 결의안에 대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동예루살렘 정착촌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 정부의 책임도 거론했다.
네벤자 대사는 "무차별 폭격을 겪고 있는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을 인도적으로 돕기 위해 구호물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이스라엘군의 반격 피해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중국도 이스라엘의 점령이 갈등의 근원이라고 가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문제의 뿌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국 권리와 기본인권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