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호기심 많으면 스포일러 거부…빠른 결과보다 과정의 재미 중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기심이 크면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은 조바심이 커질까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인내심이 커질까? 호기심이 사람들의 인내심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열망을 더 크게 만든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심리학·신경과학과 애비 슝 박사팀은 29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펜으로 타코 같은 요리를 그리는 20~30초짜리 동영상을 이용한 실험 결과 사람들은 호기심이 클수록 중간에 그림의 최종 결과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끝까지 기다리며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슝 박사는 "사람들은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TV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경기를 지켜본다"며 "이 실험에서 호기심이 클수록 사람들이 즉각 결과를 알 수 있는 '스포일러'를 찾게 되는지 아니면 '스포일러를 피하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서 인기 있는 짧은 요리 동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펜으로 타코나 강아지 등을 그리는 30초짜리 선 그리기 동영상 25편을 제작한 뒤 이를 미국 전역의 성인 2천여명에게 시청하도록 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이 동영상에 대한 호기심과 느낌, 그림이 어떻게 될지 추측해보도록 했다. 시청자들이 최종 그림을 미리 볼 수 있는 '스포일러' 버튼도 배치해 이들이 이 버튼을 누르는지도 조사했다.
실험 결과 호기심이 덜한 사람들일수록 '스포일러' 버튼을 눌러 즉각 답을 확인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대체로 '스포일러' 버튼을 누르지 않고 그림이 펼쳐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자인 앨리슨 애드콕 교수는 "호기심은 답을 얻으려는 동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답에 이르는 과정 자체의 가치도 높이 평가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결과는 스포일러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답을 알 수 있는데도 사람들이 선 그리기 동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교실에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강화해 학습 효과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드콕 교수는 최근 연구들은 호기심이 높으면 뇌가 새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무엇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지 이해하면 호기심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학습을 증진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PNAS, Abigail Hsiung et al., 'Curiosity Evolves As Information Unfolds', http://dx.doi.org/10.1073/pnas.230197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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