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편' 바이든에 성난 아랍계 민심…내년 대선 변수되나

입력 2023-10-25 11:08  

'이스라엘 편' 바이든에 성난 아랍계 민심…내년 대선 변수되나
바이든, "인질이 먼저"라며 휴전 논의 소극적…이스라엘엔 무기 등 전폭 지원
아랍계 미국인들 "우리 목소리 지워졌다" 분노…"미시간 표심 잃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자지구의 임시 휴전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미국 내 아랍 사회에 분노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많은 아랍계 미국인들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휴전 논의에 나서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에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여론이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아랍 인구는 대선에서 주요 경합지로 꼽히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에서 2∼5% 정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미시간주의 아랍계 인구는 가장 많은 5%에 달한다.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경우 1.7∼2% 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에서 50.6%의 표를 얻어 47.8%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으며,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바이든 50.01% 대 트럼프 48.84%로 8만1천표 이하의 근소한 차이로 겨우 승리했다.
내년 대선에서 이들 지역의 무슬림 인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전쟁을 통해 바이든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바이든에게도 표가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빙의 승부수가 펼쳐질 경우 스윙스테이트에서 아랍계 미국인들의 표심이 판을 흔드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아랍계 미국인들은 지난 7일 벌어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 과도한 대응, 그리고 이를 규탄하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휴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등 휴전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서 무슬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미시간주 디어본의 첫 무슬림 시장 압둘라 함무드는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식량 공급을 막은 이스라엘의 결정을 바이든이 규탄하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무슬림)의 목소리가 완전히 지워지고 우리를 보호하고 대표해달라고 선출한 이들이 침묵하는 지금의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며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우리 가족들은 무시당하고 있고, 휴전을 원하는 요구는 전쟁의 북소리에 묻혔다"고 적었다.
뉴욕 아랍계 미국인 협회 상무이사 출신인 린다 사르수르는 지난 21일 열린 미 최대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강연에서 무슬림들이 미국 국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며 정치적인 기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AIR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현재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를 겨냥한 집단 학살의 수준에 들어섰다"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가자지구의 인종 청소에 공모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메릴랜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가자지구 출신의 작가이자 사회 운동가인 라일라 엘-하다드는 "(이번 전쟁으로) 바이든이 미시간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143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아랍계 표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스와스모어 대학에서 평화분쟁학을 가르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에드 앗산은 이번 지원안을 두고 "바이든의 정치적 미사여구를 보고 있으면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쏟아부으면서 팔레스타인에는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계 미국인들의 여론이 나빠지자 백악관 측은 아랍계 인사들을 만나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또 물밑에서 하고 있는 여러 노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과 아니타 던 백악관 선임 고문이 아랍계 직원들과 아랍 사회 구성원을 만날 예정이며 다른 각료들에게도 이런 만남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팔레스타인·아랍계 미국인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유대인계 미국인 단체들을 만났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