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이란에서 밀수된 무기가 넘쳐나 전선이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공격하기 훨씬 전부터 이란과 그 동맹국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이하 서안지구)로 무기를 밀반입려는 노력을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또다른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각각 통제하고 있다.
이란은 수년간 하마스에 자금과 무기, 군사훈련 등을 지원해왔는데 이집트가 가자지구와 맞닿은 시나이반도를 거치는 밀수 경로를 단속하자 서안지구로 눈을 돌렸다고 WSJ은 짚었다.
요르단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 지원되는 이란산 무기 대부분이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해 유입되고 있으며 특히 하마스와 협력하는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PIJ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무장단체로, 조직원 중 일부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함께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위험관리 컨설팅 회사 르벡인터내셔널의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특히 최근 1년간 무기 흐름이 증가했다. 이란이 최근에 서안지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자국의 직접적인 파트너인 PIJ를 무장시키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로비츠는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보다 서안지구에 더 집중해왔다면서 "이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정보전 실패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주된 밀수 경로는 육로다. 이란은 지난 10여년 동안 민병대 조직망을 이용해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으로, 또 요르단을 거쳐 서안지구로 이어지는 육로 경로를 구축해 레반트(동부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레바논·요르단 일대) 지역의 동맹 세력에 병력과 무기, 장비를 전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시리아·서안지구와 국경을 맞댄 요르단이 이란산 무기 밀반입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요르단으로 밀반입되는 이란산 무기는 주로 시리아에서 트럭에 무기를 숨겨 공식 검문소를 통과하거나 사막지대를 가로질러 온다. 이렇게 들어온 무기에는 클레이모어 대인지뢰의 이란산 복제품, M4 스타일 돌격소총, TNT 등 폭발물과 권총 등이 포함돼 있다고 요르단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이란은 육로 외에 다른 경로로도 무기를 운반하고 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강진이 닥친 직후에는 구호물자를 가장해 항공편으로 무기를 대거 시리아로 수송했다.
드론도 값싸고 조작하기 쉬우며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다. 요르단 당국은 지난 2월 시리아에서 온 수류탄 밀수 드론 4대를 적발하기도 했다.
서안지구로 쏟아져 들어가는 이란 무기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맞물려 또 다른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은 상당한 규모의 무기 창고를 만들어 두고 있는데 지난 7월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제닌에서 벌인 대규모 군사작전도 이런 무기 저장시설을 겨냥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툴카렘의 난민촌에서 무장세력을 소탕하겠다며 군사작전을 벌여 팔레스타인인 13명을 사살했다.
또 지난 22일에는 제닌의 한 이슬람 사원을 '테러리스트 지휘센터이자 기지'로 지목해 공습을 가하는 등 서안지구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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