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논란' 작품 한 곳에…바르셀로나의 '금지 예술 박물관'

입력 2023-10-25 18:53  

'검열·논란' 작품 한 곳에…바르셀로나의 '금지 예술 박물관'
피카소·고야 작품부터 현대 미술까지 총망라…"표현의 자유 성찰"
'오줌 예수', '서양과 기독교 문명'에 '평화의 소녀상'도 한 자리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십자가에 못 박힌 맥도널드 마스코트 '로널드', 코카콜라 냉장고 속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상식을 벗어난 이 조합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금지 예술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맥예수'와 '올웨이즈 프랑코'가 정식 작품명이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카탈루냐 출신 언론인이자 사업가인 타초 베네트는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이유로 공격받거나 검열받았던 작품 200여점을 모아 26일 박물관을 개관한다.
금지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컬렉션에는 시대를 망라한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설치·시청각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중국 반체제 설치작가 아이웨이웨이가 레고로 만든 필리포 스트로치(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유명 가문 출신)의 초상화, 파블로 피카소의 '347' 시리즈 속 에로틱한 그림, 프란시스코 고야의 '카프리초스'에 묘사된 비참한 고문 장면을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의 소변을 담은 병에 작은 십자가상을 넣은 미국 작가 안드레스 세라노의 '오줌 예수', 미국 전투기에 못 박힌 예수 형상을 담은 아르헨티나 작가 레온 페라리의 '서양과 기독교 문명' 등 현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상징적인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베네트가 이들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건 2018년 2월이다.
그는 그해 마드리드 아르코(매년 2월 개최되는 국제미술박람회)에서 산티아고 시에라의 '현대 스페인의 정치범'이란 작품을 구입했다.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주도했다가 처벌받은 인물 등의 얼굴을 담은 사진 작품으로, 당시 제목이 논란을 일으키며 전시회에서 철수됐다.
베네트가 검열된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로부터 몇 달 뒤 모스크 기도용 깔개에 여성 구두 스틸레토를 설치한 줄리카 부압델라의 '침묵'이란 작품을 보고 나서다.


이 작가는 2015년 프랑스의 한 지역에서 해당 작품을 전시하려다 지역 무슬림 협회 등의 압박을 받고 '자기 검열' 끝에 설치 철회에 동의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들을 모아 드디어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베네트는 "이곳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성찰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물관에는 인권, 성폭력,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의 김서경·김은성 작가 부부의 '평화의 소녀상'도 박물관 한 곳에 전시돼 있다. 르몽드는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 여성들에게 강요한 성노예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검열을 받았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이질적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작품이 담은 메시지의 힘을 잃게 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박물관은 방문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라고 평가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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