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초안에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중지 촉구"…수정 가능성 남아
젤렌스키, 화상연설 예정…'총격테러 여파' EU 본부 일대 경비 삼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 속속 집결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정세 혼란 심화에도 단합되고 통일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EU 본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는 지난 17일 화상으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이후 9일 만이다.
외교안보 분야 의제가 집중 다뤄질 예정인 첫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지원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일단 공동성명 초안에는 "인도주의적 통로 및 일시 중지(pauses)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지속적이고 신속하며, 안전하고 제약없는 인도주의적 접근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은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제안한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 중지'(humanitarian pause)를 두고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앞서 유엔이 제안한 공식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는 반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휴전 요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 초안에 일시 중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pauses)으로 표현된 것도 공식 휴전보다는 구호품 반입 등을 위해 일시적 소강상태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설명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약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EU 이웃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경우 유럽 정치·경제·안보 전반에 걸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화상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를 포함한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도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러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잇단 돌출 행동에 시작 전부터 내분 조짐도 감지된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신임 총리는 회의 직전인 이날 자국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국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기 전에는 EU의 대러 제재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경우 이달 중순께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EU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하는가 하면 EU의 우크라이나 자금지원에 대해 최근까지도 어깃장을 놨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뤼셀 일대는 검문·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EU 본부를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 경찰 순찰이 강화되는가 하면 경찰 장갑차도 배치됐다.
기자를 포함한 본부 건물 출입 인원에 대한 검문도 평소보다 더 엄격히 이뤄졌다.
지난 16일 브뤼셀 도심에서 발생한 총격테러 사건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튀지니 출신 40대 남성이 도심 거리에서 총을 난사해 스웨덴인 2명이 숨졌으며, 이슬람국가(IS)는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면서 쿠란 소각 시위가 발생한 스웨덴 국적 시민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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