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보도…3분기 ASML 매출서 중국 비중 46%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 견제를 뚫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가운데, 해당 기기에 들어간 반도체에 네덜란드 업체 ASML 장비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중신궈지)가 ASML 장비를 이용해 화웨이 최신폰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첨단 프로세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SMIC가 그동안 대중국 수출이 제한되지 않았던 ASML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와 다른 회사 제품들을 조합해 해당 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ASML이 이 과정에서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으며, ASML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의 기술주 약세 속에 ASML 주가는 2.9% 하락, 이번 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은 일본·네덜란드와 함께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 조치를 가해왔지만, 화웨이는 8월 말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 분석 결과 해당 스마트폰에는 SMIC가 만든 프로세서가 사용됐으며, 이에 따라 SMIC의 기술 수준과 미국 주도 수출 통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 ASML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지난달부터 그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등의 수출 시에도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ASML은 연말까지 최신 DUV 노광장비인 '트윈스캔 NXT:2000i' 모델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허가를 얻은 상태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DUV 장비를 개조해 7nm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은 EUV 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경우 미국의 제재 속에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자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일본·네덜란드와의 협의를 거쳐 이들의 참여를 끌어냈는데, 중국 기업들은 그사이 DUV 장비 재고를 늘려 제재 강화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ASML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1분기 8%에서 2분기 24%에 이어 3분기 46%로 늘어났다.
한편 미국은 최근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에는 미국이 자국산 원료가 들어간 외국 노광장비의 판매를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에 따라 DUV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ASML 측은 미국·네덜란드 측의 조치로 대중국 수출의 최대 1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7nm 반도체를 생산하는 SMIC 공장에도 타격이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해당 조치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내에서 이견도 제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연립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미국 측 조치에 반대하도록 정부에 요구했고,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도 과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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