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성난 여론과 확전 우려에 떠는 아랍 국가들…"휴전하라"

[이·팔 전쟁] 성난 여론과 확전 우려에 떠는 아랍 국가들…"휴전하라"
자국 사회·경제적 분노로 옮겨가 정정 불안 촉발 가능성 주시
일부 국가, 이스라엘·서방과 안보·경제 프로젝트 차질도 걱정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확전을 우려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우려에는 확전이 자칫 자국의 정정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아랍 국가 지도자들의 속내가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겨냥한 아랍권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하마스의 후견인인 이란과 그 동맹국들이 참전하는 등 이번 전쟁이 확대되고 인명피해가 더 커지면 아랍권 국민들의 성난 여론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아랍권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대중의 분노를 어떻게 다룰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집트는 지난 20일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는 자국민의 시위를 이례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아랍 국가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사태에 초점을 맞춘 항의와 시위가 사회·경제적 분노를 촉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이집트와 레바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번 전쟁 여파가 커질 수 있다.
이집트의 경우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실상 유일한 탈출로로, 이집트와 연결되는 라파 국경을 열 경우 팔레스타인인이 일시적 대피가 아닌 정착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을 기억하는 이 지역 국가 지도자들은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당시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물러났고, 리비아에선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일부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나 서방 국가들과 추진해온 장기적인 안보·경제 프로젝트가 이번 전쟁으로 차질이 빚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라나 누세이바 주유엔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는 "이스라엘, 미국 파트너들과 공존 및 협력을 위해 짜낸 계획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 탓에 '새로운 중동'을 보여주기 위해 계획한 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행사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미국의 햄버거 업체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최근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가 아랍권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을 촉발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는 "이스라엘에 무조건 (가자지구 공격) 청신호와 살인 허가를 주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고려해 아랍권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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