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 진학 꿈꾸던 19세 여성…"꿈과 희망이 7일 만에 모두 사라졌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미 죽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내 마지막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습이 가해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사는 한 여대생이 파괴된 일상을 기록한 오디오 일기가 공개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타스님 이스마엘 아헬(19)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완전히 뒤바뀐 삶을 오디오 메시지로 기록해 왓츠앱으로 NYT와 공유했다.
1∼3분 분량의 13일 자 메시지들에서 아헬은 "가자지구 공습 7일째다. 그들(이스라엘군)은 우리 이웃을 공격했고 경고도 없이 사람들을 죽였다"면서 "대학에서 해부학을 공부하던 때가 그립다. 꿈과 희망을 7일 만에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아헬은 가자지구 내 명문으로 꼽히는 알 아자르 대학에 다녔다.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는 메시지에서 갈 곳 잃은 현실도 털어놨다. 부모님, 동생 5명, 친척 등 가족 16명과 함께 사는 데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은 탓에 마땅한 피난처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아헬은 "당장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우리 가족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던 때가 그립다. 이건 대량 학살"이라고 기록했다.
앞서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지 않으면 하마스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4일에도 아헬은 빼앗긴 일상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여과 없이 털어놨다.
그는 "평범하게 샤워하고 정상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다. 이미 죽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여전히 숨은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밤 9시 반이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미사일로 폭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서 "그래서 이 음성 메시지를 녹음한다. 이게 내 마지막 목소리일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전쟁은 아헬의 평생 추억이 담긴 장소까지 앗아갔다. 그는 태어난 이래 알 리말 지역에서 살면서 가자지구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아헬은 "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폭격했을까. 그들은 내 최고의 추억까지 빼앗았다"면서 "내 밤, 일상, 그림을 훔쳐 갔다. 이제 미래에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6천500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보건부는 집계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최소 1천400명이 숨졌고, 220명 이상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붙잡혀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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