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반도체 적자규모 축소…감산 효과, 고성능 D램 수요 긍정적
업황 회복에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올해 들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은 반도체 '양대산맥'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IT 수요 침체로 얼어붙었던 반도체 업황이 감산 효과에 점차 되살아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증가하는 고성능 메모리가 새로운 먹거리로 뜨고 있다.
◇ 고성능 D램 판매 호조,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멈춰
26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 1조7천920억원으로 작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다만 올해 들어 적자 규모는 1분기 3조4천23억원, 2분기 2조8천821억원에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직전 2분기보다는 영업손실이 1조원 넘게(37.8%) 줄었다.
특히 D램은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AI용 메모리 HBM3, 고용량 DDR5,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D램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딘 낸드플래시(낸드)도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SSD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었다.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계속 개선되는 추세다.
하반기 들어 수요가 점차 개선되고 메모리 감산 효과도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3분기에는 재고도 2분기 대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4천억원으로 올해 들어 첫 조단위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이기도 했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가운데 주력인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적자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DS 부문 영업손실은 각각 4조원대 중반 적자를 낸 1분기나 2분기보다 축소된 3조원대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한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고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하락세를 멈추면서 DS 부문 적자도 예상보다 적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메모리 산업, 다운턴 지나 본격적 회복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은 바닥을 통과해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감산 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와 등 AI 시대에 필수인 차세대 고성능 D램의 수요가 실적 개선에 호재다.
한동안 이어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최근 주춤해지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업황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적자 행진을 마치고 흑자 전환할 시기를 내년 1분기나 2분기 정도로 예상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먼저 D램이 흑자 전환을 이룬 데 이어 4분기에는 삼성전자도 D램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4분기부터 감산 효과 가시화에 따른 재고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 낸드에 대해 10% 이상의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격 인상 수용 분위기에 4분기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ASP)는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SK하이닉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산업은 극심했던 다운턴(하강 국면)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경제 환경에 영향은 받겠지만, 내년 수요 환경은 최소한 지난 2년간의 조정기에서 벗어나 전 응용처에서 세트 출하량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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