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누비며 초격차 기술·인재 확보로 '승어부' 의지
선임사외이사 도입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사법 리스크' 등 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단 지 27일로 꼭 1년이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래 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에 주력하며 '뉴삼성'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다. 이 회장은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 안건이 의결된 작년 10월 27일에도 재판에 출석했다.
삼성은 조용히 취임했던 작년과 마찬가지로 취임 1주년인 이날도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당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던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글로벌 사업장 곳곳을 누비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냈다.
지난 19일 '삼성 반도체 신화'의 산실인 기흥의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현장을 찾아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반도체 위기 극복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삼성은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천억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매분기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R&D 투자는 오히려 늘리는 등 미래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앞서 작년 5월에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등에 함께 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글로벌 인사들과의 만남도 잇따랐다.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광주의 한 협력회사를 방문하고, 향후 10년간 지역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60조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사회와의 동행'도 중시하고 있다.
다만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꿈꾸는 이 회장 앞에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하느라 해외 출장 등에도 제약이 있다. 다음 달 결심 공판에 이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만약 유죄 판결이 나오면 경영 활동에 또다시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등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은 외부 독립 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7개 계열사의 준법 의무 이행을 점검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전날 삼성SDI와 삼성SDS에서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위기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이 회장이 '승어부'를 이루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 등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이 회장만의 '뉴삼성'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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