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28일까지 방미…'두 전쟁'속 미중관계 안정화 모색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외교 분야 1인자가 2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만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한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에 도착해 오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 및 만찬을 한다.
왕 부장의 방미는 올해 미중이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에 따른 냉각기를 거쳐 지난 여름 대화를 본격 재개한 뒤 중국 최고위 인사의 미국행이다.
앞서 블링컨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장관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6월 방중 때 친강 당시 외교부장의 답방을 초청했으나 그 후 친강이 돌연 물러남에 따라 그를 대체한 '백전노장' 왕 부장이 미국을 찾게 됐다.
미중 외교장관 회담의 최대 의제는 내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조율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작년 11월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첫 대면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대체로 외교가에서는 현재 미중이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최하는 다자 정상회의라는 '멍석'이 깔린 만큼 바이든-시진핑 2차 대면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만큼 블링컨 장관과 왕이 부장은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조율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미중관계가 11월 정상회담으로 중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중인 두 전쟁에 무기지원 등으로 개입하고 있는 미국과,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를 비롯한 경제 문제를 관리하며 성장률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 시급한 중국 모두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할 수요가 상당한 만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두 전쟁'과 관련한 자국 입장을 분명히 밝힐 전망이다.
미 측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권과, 중국이 대러시아 군사지원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측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대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낮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왕 부장과의 대화에서 중국에 중동 사태 해결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우리가 대화할 수 없는 이란 같은 곳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중국과 논의하고 중국의 생각과 관점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이란에 영향력이 있으며,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왕 부장과 통화에서 중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의 확산을 막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양측은 미국의 반도체 분야 대(對)중국 수출 규제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 대만 및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팽팽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내 탈북자 북송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지 여부도 주목된다.
왕 부장은 27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만날 예정이며,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6월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그를 만났던 만큼, '상호주의'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왕 부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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