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기구들, 병원·빵집 지원 줄여"…인도적 위기 심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연료가 곧 바닥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구호기구들이 활동을 대폭 축소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유엔 구호기구들은 연료 비축분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구호 활동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호기구들은 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빵집과 병원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고 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줄리엣 투마 국장은 "가자지구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200만명의 목이 조여오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원이 거의 없어 가자가 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UNRWA 시설로 대피한 난민 62만9천명에게 생명줄을 제공하려면 연료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들 난민 중 대부분은 안전을 위해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이스라엘군의 통보에 집을 떠난 피란민이라고 한다.
투마 국장은 "우리는 현재 활동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유엔 총회가 우리에게 맡긴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단지 우리의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남아있던 연료는 북부의 주민들이 몰려든 가자지구 남부의 물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이날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는 가자지구에서 식수를 공급하고 병원의 발전기를 돌리며 주식인 빵을 굽는 데 필수적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
21일부터는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드나들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연료의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연료와 물자를 하마스가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 24일에는 하마스가 보유한 것이라며 디젤 연료 50만ℓ가 든 저장탱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부상자가 몰려드는 병원 상황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 병원에 있는 영국 로열 리버풀 대학병원의 외과의 압델카데르 하마드는 "병원은 수많은 부상자를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치료할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며 "의료 장비가 부족하고 연료도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 린 헤이스팅스는 예비 발전기에 연료가 없으면 가자지구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 1천명과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 130명,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 중환자들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가자지구의 담수화·양수기 장비도 멈추게 돼 사람들이 더러운 물이나 소금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헤이스팅스 조정관은 "하수를 퍼낼 전기가 없어지면 조만간 도로가 하수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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