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고금리·글로벌 리스크가 경제에 부담 줄 것"
저축과 소득 감소로 소비 둔화 예상…사업 투자는 정체
장기 금리 상승·중동 전쟁·셧다운 가능성도 우려 요소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4.9% 증가하면서 전 분기에 비해 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에서 "미국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고 항상 말해 왔다"며 자축하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는 매우 잘 나가고 있다"고 반길 정도였다.
그러나 높은 금리와 글로벌 리스크들이 부담을 주면서 미국 경제는 성장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수개월 후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이런 성장세가 내주 예정된 회의에서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획을 바꿔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는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고, 전문가들의 경기 둔화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3분기 소비자 지출은 연율 4.0% 증가해 전 분기 0.8% 성장보다 크게 늘었다. 여행과 콘서트, 영화에 대한 지출은 강력한 노동 시장과 팬데믹 기간 쌓인 저축으로 뒷받침됐다.
연준의 강력한 대처로 인플레이션은 최근 최고치인 2022년 6월에 비해 급격히 완화됐다.
이날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3분기에 연율 2.4% 상승했는데, 이는 연준 목표치인 2%를 약간 웃돈다.
강한 경제 회복력과 둔화한 물가 오름세가 결합하면서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쇠퇴하는 소위 연착륙에 대한 희망도 강화됐다.
옐런 장관은 이날 3분기 GDP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같은 속도가 이어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전문가가 경기 냉각을 예상하고 있으며, 3분기의 강한 성장 뒤에는 경고 신호들도 여럿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미국인들은 저축을 덜 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소득 역시 여름에 감소하면서, 앞으로 수개월 내 소비 속도의 완화 가능성이 나타났다.
비즈니스 투자 역시 정체됐다.
장기 금리 상승,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의 전쟁, 연방정부의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 등도 우려를 주는 요소들이다.
구체적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번 주 16년 만에 처음으로 5% 선을 넘었다.
이런 고금리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구입, 기업 대출에 드는 비용에 영향을 미치며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
주택 투자의 경우 올해 초반 부진하다 3분기에 3.9% 증가했으나, 8% 가까이로 상승한 모기지 금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세후 인플레이션 조정 소득은 상반기에 상당히 증가한 후 7월부터 9월까지 1.0% 감소했다. 소득 대비 저축률도 2분기 5.2%에서 3분기 3.8%로 떨어졌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9월 조사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렵다고 밝힌 소기업 수는 크게 늘었다.
26일 상무부 보고서에서도 건물과 장비 등 항목에 대한 기업 투자는 여름 동안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4분기에도 소비 증가율이 이렇게 강세라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고금리와 다른 여러 요인으로 좀 더 많은 타격을 볼 여지가 있다"라고 내다봤다.
WSJ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장애 요소들과 싸우게 되면서 많은 전문가가 경기둔화를 바라보고 있다며 다만, 팬데믹 이후 경제의 궤적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만큼 이러한 전망에는 주의도 뒤따른다고 전했다.
한편, WSJ은 3분기가 시작된 지난 7월 이코노미스트들 상대 설문조사에서는 3분기 성장률이 0.6%로 예상됐다며 이들이 실수한 데에는 주로 소비자 지출과 재고 항목에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고의 경우 기업이 그 수준을 줄일 것으로 생각됐지만 오히려 늘었고, 이는 결국 GDP 성장에 1.3% 포인트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번 분기의 경우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율 0.9% 성장을 전망했으나 3분기의 상황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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