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따른 공장 폐쇄에 대해 첫 파업권 따내
포드 "전기차 투자 16조원 축소…켄터키 두번째 배터리공장 가동 연기"
SK온 "다른 공장 2곳은 예정대로 2025년 양산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임기창 기자 =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미국 자동차업체 3사와 노조의 동시 파업은 포드의 잠정 합의에 따라 노조 측의 승리로 기울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 포드는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SK온과 두 번째 켄터키 배터리공장의 가동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잠정 합의는 4년 반 동안 임금을 25% 올려 최저 시급을 32달러(약 4만3천원)에서 40달러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규 노동자가 최고 시급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8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임시직 근로자의 임금은 150% 이상 대폭 올라간다.
특히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공장 폐쇄에 대한 파업권을 가지게 된 것은 노조 측의 핵심적인 승리로 평가된다.
노조 지도부는 UAW 역사상 이런 권리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철도와 엔터테인먼트, 해상운송, 카지노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이미 파업이 벌어지고 있거나 예고한 가운데 노조의 중대한 승리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당초 포드는 9%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40%를 요구했다.
웰스파고가 잠정합의안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 포드의 시간당 노동 비용은 각종 혜택을 포함해 올해 67달러에서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2027년 88달러로 상승한다.
50달러 중반대인 다른 외국 자동차업체와 테슬라보다 많이 드는 것이다.
포드의 연간 추가 노동 비용은 글로벌 영업이익의 13%인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6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13억달러의 손실을 봤고 자동차 8만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순이익 12억달러로 예상치를 밑돈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포드는 파업에 따른 피해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포드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쟁사들의 가격 압박과 수요 감소 우려에 따라 계획된 전기차 투자액 가운데 120억달러(16조2천600억원)를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SK온과 켄터키주에 지으려는 두 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도 연기할 계획이다. 당초 가동 목표는 2026년이었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3개 공장의 연간 총생산 규모는 127기가와트시(GWh)로, 105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120만대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SK온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던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 생산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1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UAW 포드 지부의 검토 및 승인, 조합원 대상 비준 투표 등을 통해 확정된다.
이번 합의는 각각 공장 2곳과 3곳에서 파업 중인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파업 때 한 업체와 UAW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른 회사도 여기에 따라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번에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지난주 스텔란티스와 GM은 포드 합의안의 25%에 못 미치는 23%의 임금 인상을 제시했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