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주 루이스턴 주민들, 이틀째 공포에 떨어…직접 총기 들고 다니기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동부 메인주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로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전날 미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순간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사망한 할아버지의 사연 등을 보도했다.
지난 25일 메인주 루이스턴 시내 볼링장과 식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8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
용의자는 범행 후 현장에서 달아나 이틀째 잡히지 않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 중이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유족들의 전언으로 희생자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한명은 당시 총알이 퍼붓던 볼링장에 있던 76세 남성 밥 바이올렛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유족들이 전했다.
부인 루시도 총격으로 다쳤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전직 정비공으로, 은퇴 후 볼링으로 시간을 보냈으며 수년 전 청소년 볼링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손자들도 볼링 게임에 참여시켰다.
손주들이 볼링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새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도 했다.
유족 중 한명은 "그는 아이들 모두를 사랑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평생 루이스턴에 살면서 지역 사회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주변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 조셉 워커(56)는 당시 용의자를 쫓아가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아버지 리로이 워커는 총격 발생 14시간 후에 아들의 사망 통지를 받았다며 아들이 용의자를 쫓아가려다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리로이 워커는 "우리 중 누구도 잠을 자지 못했다며 "밤새도록 깨어있었다"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배달원, 볼링장 직원 등도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아직 용의자가 붙잡히지 않아 평화로웠던 루이스턴 시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경찰은 현재 용의자로 지목된 미 육군 예비군 중사 로버트 카드(40)를 추적 중이며 루이스턴 지역에 자택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경찰은 용의자가 무장 상태이고 극도로 위험하다면서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루이스턴은 메인주 제2의 도시지만, 인구가 2020년 기준 3만7천명으로 많지 않은 데다 주민들끼리 대부분 서로를 아는 사이라 이번 사건의 충격이 더욱 크게 감지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루이스턴 시의 거리가 조용했고 가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문을 연 가게 중 한 곳에서 만난 주민 헤더 설로는 "이곳은 긴밀한 유대를 유지하는 곳이고 이런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말 무서웠다. 경찰차 50대가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가게에서 만난 헌터 카처(12)군은 형 저스틴(22)이 총격을 네 번 맞아 현재 중환자실에 있다며 "그가 4발의 총격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직접 지키기 위해 총기를 꺼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차에 있던 돌격용 자동소총을 꺼내 보여주며 "이것은 공동체가 직접 자신들을 돌보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주민이 현재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