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SK CEO, 160개국 800명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호소
이재용·정의선·구광모·신동빈 등도 지구촌 곳곳 누비며 총력전
기업들, TF 꾸려 엑스포 유치 지원…옥외광고 등으로 부산 매력 홍보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따로 또 같이' 세계 각지를 누비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쳐 온 재계 총수들이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그룹 총수와 주요 경영진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지구 197바퀴에 달한다.
기업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옥외광고 등을 통해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등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 최태원 '목발 투혼'…"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 더 많아"
27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은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을 나눠 맡아 전략적으로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업 연관성이 있는 국가 등을 찾아 정·재계 인사들에게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파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9월 말 기준으로 기업들이 790만㎞를 달려 지구 197바퀴를 돌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 중 가장 앞장선 사람은 단연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목발을 짚고 4차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된 BIE 총회에 참석하는 등 '목발 투혼'을 발휘했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그동안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국가는 160여개국, 면담한 고위급 인사만 800여명이다.
서울에서 개별 방문국까지의 거리만 단순 계산해도 최 회장이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약 70만㎞로, 지구 17바퀴가 넘는다. SK CEO들까지 포함하면 지구 70바퀴에 해당하는 280만㎞ 이상을 이동했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요새는 땅에서보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재용·정의선 등도 글로벌 인맥 총동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작년 복권 뒤 첫 해외 공식 출장이었던 중남미 출장에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 등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회장은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등의 정·재계 고위 인사를 만나는 등 삼성 경영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국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 참석해 부산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작년 10월에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생산거점이 위치한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방문, 양국 총리를 만나 유치 활동을 펼쳤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현지 방문과 방한 인사 면담 등을 통해 20여개국 고위급 주요 인사들을 40여회 이상 접촉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생산기지가 있는 폴란드를 찾아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LG그룹은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와 사업본부장 등이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달 중순 일본을 찾아 현지 정·재계 인사들에게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에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사업장 방문차 찾은 베트남에서 정·재계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했다. 30개국 대사들을 부산으로 초청해 직접 엑스포 유치 의의를 브리핑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은 BIE 대표들이 대거 모이는 장소에 총출동해 '합동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는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신동빈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선 4차 PT에는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김동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동석했다.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심포지엄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재계 총수들은 다음 달 개최지 결정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 집결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남은 기간 해외 각지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 TF 꾸리고 옥외광고로 부산엑스포 홍보…'블랙핑크 특별기' 제작도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은 작년부터 별도의 TF를 꾸려 부산엑스포 유치를 총력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파리 중심부에 있는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형 옥외 광고에 부산엑스포 로고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 홍콩 엔터테인먼트 빌딩 등 전 세계 주요 랜드마크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통해 부산엑스포를 알렸다.
현대차그룹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제작·공개한 스토리 홍보 영상은 공개된 지 17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해외 조회수 비중은 90%가 넘는다.
LG는 런던에서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 메시지를 붙인 '엑스포 버스' 210대를 운영하는 등 BIE 회원국 대사들이 주로 거주하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에서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브랜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부산엑스포 홍보용 '블랙핑크 특별기'를 제작해 하늘길에 투입했다. 이 항공기는 2030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할 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노선에 투입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하늘길을 누비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해 왔다.
(한상용 장하나 이신영 임성호 이승연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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