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2018년 슬로베니아·로마서 수녀 등 약 25명 성적 학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슬로베니아 출신의 저명한 예술가이자 예수회 사제인 마르코 루프니크(68) 신부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재조사를 명령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27일(현지시간) 짧은 성명을 내고 "교황이 신앙교리부에 루프니크 신부 사건을 검토하도록 요청했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공소시효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지난달 루프니크 신부의 사건 처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교황에게 제출했다.
루프니크 신부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고향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대부분이 수녀인 약 25명의 여성을 성적, 심리적, 영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루프니크 신부 성범죄 사건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언론매체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보도를 통해 바티칸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그에게 거의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교황은 올해 1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루프니크 신부 성범죄 사실을 전해 듣고 "나는 정말, 너무나 놀랐다. 그 정도 수준의 예술가가 그러다니 나는 정말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루프니크 신부에 대한 단죄의 의지를 드러낸 교황은 학대 사건 기소를 담당하는 신앙교리부에 재조사를 지시하고, 공소시효를 없앴다. 이는 루프니크가 사제직에서 파문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지난 6월 예수회에서 축출된 루프니크 신부는 현재 고향인 슬로베니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니크 신부는 가톨릭에서 이름난 예술가다. 세계 200여개 성당과 성지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그는 2021년 제10차 로마 세계가정대회 공식 이미지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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