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검색어 1위에 유년시절 집 주변 새벽까지 추모 행렬…관영매체는 공식 부고만 다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많은 중국인이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추모 분위기 확산을 우려한 듯 수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28일 오전 '리커창 동지 영정'과 '리커창 동지 부고'가 각각 검색어 순위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전날 저녁까지 22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리 전 총리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안후이성 허페이시와 추저우시 일대엔 28일 새벽까지 중국인들의 추모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웨이보에는 수많은 사람이 고인이 살았던 집 앞에 국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는 영상이 게시됐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방금 아이와 함께 꽃을 놓고 왔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며 "그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리 전 총리를 향해 '인민의 총리'라고 부르며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리 전 총리 별세 소식을 확산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전날 오전 8시께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한 중국중앙TV(CCTV) 발표를 인용해 하루 종일 단신성 보도만 했을 뿐이다.
이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공동으로 부고를 발표하자 다시 부고 소식만 전하고 있다.
중국 당국 입장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CCTV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이날 저녁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뉴스 시작 14분이 지난 후 보도했다.
그마저도 당국 발표문을 그대로 읽었을 뿐 추가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인민일보의 경우 28일 신문 1면에 리 전 총리의 부고 소식을 전했지만, 그의 생전 활동이나 업적 등을 소개하는 별도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짧은 화면이나 인터뷰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의미를 담는 중국 관영 매체 특성을 고려할 때 당국이 추모 분위기 확산을 원치 않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 소식통은 "리 전 총리가 한때 시진핑 주석과 경쟁자였고 최고 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자주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 확산이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에게 심장마비가 왔고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27일 0시 10분께 상하이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전 총리 사인과 관련해 그가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수영을 하던 중 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 호텔에 대해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렸고 리 전 총리 시신은 베이징으로 운구됐다고 SCMP는 덧붙였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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