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지는 美 책임론" 부각…전문가 "中 검열 당국 용인한 것"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중동평화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중국 내부에선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의 이런 분위기 확산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와 등거리를 유지하며 중재자로서 나서려는 중국의 노력을 빛이 바래게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선동적인 발언이 확산하고 있으며, 논객들도 거침없이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유명 논객이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은 이스라엘 장관이 헤즈볼라를 향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자 소셜미디어에 "아, 이스라엘 좀 진정하자. 이스라엘이 태양계에서 지구를 쓸어버릴까 걱정된다"라고 썼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팔로워 290만명을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는 하마스를 '테러조직'이 아닌 '저항조직'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나아가 가자지구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테러조직'이라고 지칭하게도 했다.
중국 한 국영 방송사는 웨이보에 유대인들이 미국의 경제를 주물럭거리고 있다는 내용의 토론 게시글을 올렸고, 이 글에는 반유대주의 성격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중국 푸단대의 션이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나치의 침략 행위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인 시그널그룹의 캐리스 위트 이사는 "반유대주의 발언이 확산하는 게 문제 된다고 중국이 판단했다면 검열당국이 이를 막았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런 발언을 용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 또한 미국 정치권에 유대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부각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눈 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사설에서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으며, 워싱턴이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분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위트 이사는 최근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둘러싼 반유대 정서 확산과 미국을 향한 적대감 확산이 지정학적으로 유용하다고 보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중재 노력을 계속하는 동안 중국 내 온라인과 관영지에서 반유대 및 반이스라엘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중립적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이는 베이징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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