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두번째로 큰 병원에 대피령 내린뒤 수십m 지점 타격
WHO 사무총장 "국제인도법에 따라 의료 서비스는 항상 보호돼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에 나서고 공습을 강화하면서 병원 환자들까지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알쿠드스 병원 바로 옆을 직접 공습했다며 의료진과 피란민, 환자들이 병원을 떠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알쿠드스 병원 이사인 바샤르 무라드 박사는 이날 오후 4시 45분까지 병원 인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이 3차례 있었다고 CNN에 밝혔다.
적신월사가 소셜미더에 엑스 등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공습의 여파로 알크스 병원 병실이 전해와 먼지로 뒤덮이고 일부 창문들은 깨졌다.
병원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하는 장면도 눈에 띈다.
적신월사는 알쿠드스 병원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알쿠드스 병원은 가자지구 중심지 가자시티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으로 탈알하와 지역에 있다.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집중치료실 환자와 인큐베이터에 있는 어린이, 부상자들을 포함해 수백명이 치료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피란민 약 1만2천명이 알쿠드스 병원을 피란처로 삼고 있다.
알쿠드스 병원의 한 의사는 이스라엘군 공습 당시 BBC에 보낸 메시지에서 "강력한 폭격이 병원 인근에서 시작됐다며 "모든 사람이, 특히 어린이들이 겁에 질렸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 공습이 병원을 표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적신월사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이 알쿠드스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즉각 대피시키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쿠드스 병원을 운영 중인 적신월사는 이동이 어려운 환자 등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대피 요청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라에드 알 넴스 씨는 뉴욕타임스에 "여기(병원)에 1만2천여명의 피란민과 500명이 넘는 환자가 있다"며 "우리는 계속 수술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알 넴스 씨에 따르면 알쿠드스 병원은 이미 연료 재고와 의약품 공급의 부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구급차 중 일부는 연료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알쿠드스 병원과 관련해 "환자들로 가득 찬 병원에서 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대피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의료 서비스는 항상 보호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알쿠드스 병원에 대피령을 내리고 인근 지역을 공습한 것은 하마스 조직원 색출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이스라엘군 장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의 하마스 표적들을 추적하면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익명으로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4일에도 알쿠드스 병원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병원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시작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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