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본격화 후 재소집…"UAE, 인도주의적 중지안 추진"
"유혈사태 종식 압박 커져…바이든도 당내 휴전 압박 직면"
마크롱·수낵 통화, 가자지구 내 긴급 인도지원 필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에 사실상 돌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가 30일(현지시간) 열린다.
이번 회의는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EA)의 요청에 따라 긴급 소집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UAE가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를 수용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내용의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UAE 외무부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는 성명에서 "국제 인도주의법과 민간인 및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 조약에 따라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과 분쟁 중 민간인이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섬멸을 목표물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작전 규모를 확대하자 27일 긴급 총회를 열었다.
회원국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20표, 반대 14표로 채택했다. 미국 등 14개국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 빠진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자 "모든 정직한 국가는 유엔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에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은 유엔이 정당성과 타당성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군사 행위의 일시 중지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그간 네 차례 제출됐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25일에도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 입장을 반영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각각 작성해 제출했지만, 상대방의 결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책임을 둘러싼 강대국 간 논쟁을 끝내고 유혈 사태를 종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이 '모든 측'에 가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민주당 내에서 휴전을 촉구하라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지난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적 목표와 민간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29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통화하고 긴급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두 정상이 식량과 연료, 물, 의약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외국인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노력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국제법의 한계 내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 방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두 국가 해법'이 평화 조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을 말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전 세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네팔을 방문 중인 구테흐스 총장은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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