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 확전 일로로 치달아 새로운 중동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대피를 촉구했다. 대규모 지상 작전을 위한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맞서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스라엘에 경고한 이란의 직접 개입 여부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제5차 중동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살얼음판이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될수록 민간인 희생도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밤사이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다"며 "우리 군은 가자지구에서 점차 지상 활동과 작전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선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고,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계속됐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8천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지금까지 양측에서 적어도 어린이 3천25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중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어린이 희생자가 3천195명에 달했다고 했다. 전쟁 와중이라도 죄 없는 어린이의 희생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 분쟁 당사자들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도 이미 1천400명을 넘었고, 하마스가 억류중인 인질도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외국인들의 탈출을 막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도 나왔다. 가자지구에는 미국인 600여명과 영국인 200여명을 포함해 외국인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인질 납치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살상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양측의 갈등이 말끔히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지역의 오랜 분쟁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확전은 무고한 희생만 부를 뿐이다. 하마스는 즉각 인질들을 풀어주고,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확대를 멈춰야 한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중재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확전 양상은 세계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란이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재현 우려마저 제기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달 24일 '2023 세계 에너지 전망'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제 석유 수출의 3분의 1이 이뤄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아직은 국제 석유 시장에 급격한 변동은 없다고 한다. 중동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요동치는 상황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중동지역 정세에 맞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다각도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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