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고등재판소 '일부 관할권 없다' 1심 판결 뒤집어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재일조선인 북송 사업 일환으로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탈출해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북한에서 가혹한 생활을 강요당했다며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관할권이 일본 법원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30일 북송 사업 참가자 4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총 4억엔(약 3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일부 관할권이 없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재판을 다시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다니구치 소노에 도쿄고등재판소 재판장은 "북한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침해(侵害) 전체의 관할권은 일본 재판소에 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작년 3월 1심 재판부는 북송 사업과 관련한 북한의 행위를 북한으로 이주 권유와 북한 내 유치로 나눠 판단했다.
이주 권유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재판관할권은 일본에 있지만, 제소 시점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20년의 제척기간이 지나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북한에 부당하게 억류됐고 가족 출국이 방해받고 있다는 북한 내 유치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 재판소가 관할권을 갖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다니구치 재판장은 이에 대해 "북한 정부는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고 주거와 일도 있다'라는 선전을 일본 국내에서 해 그것을 믿고 도항한 원고들이 현지에서 식료 부족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북한 정부는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리고 출국도 허락하지 않아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행위는 전체를 하나의 계속된 불법행위로 봐야 하며 이 일체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침해의 관할권은 일본의 재판소에 있다"면서 도쿄지방재판소에 다시 심리하라고 밝혔다.
이 소송의 원고들은 1960∼1970년대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2000년대 탈북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가와사키 에이코 씨 등 남녀 4명이다.
현재 60∼80대인 원고들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에 속아 북한에 갔다가 가혹한 생활을 했으며 가족들이 지금도 북한에서 출국을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북송 사업과 관련해 북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일본 내 첫 민사재판으로 관심을 끌었다.
북송 사업은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59년부터 1984년 사이에 조선총련계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가서 정착하도록 한 것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따르면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듣고 북한으로 건너간 약 9만3천명 중에는 재일조선인의 일본인 처와 일본 국적 자녀가 6천679명 포함돼 있다.
북한 정부 측은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소송의 인정 여부나 원고 측 청구에 대한 답변서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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