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태국인 3월 코로나19 이전 80%대에서 7·8월 50%대로…"K-ETA 개선해야" 목소리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에서 방한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이자 한류 중심지인 태국의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발걸음이 줄고 있다.
사전 전자여행허가(K-ETA)를 신청했다가 승인받지 못하거나, 도착 후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사례가 늘자 다른 곳을 찾은 이들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 태국 SNS 중심 불만 제기…총리도 "들여다보겠다"
최근 태국 소셜미디어(SNS)에는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사연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 태국인은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이번 여행을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적었다.
다른 사용자는 "출입국관리소에서 한국에 네 번이나 관광을 왔는데 아직도 부족하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매체 네이션은 지난 27일 '사랑에서 증오로? 태국인들이 한국에 등을 돌린 이유'라는 제목 기사에서 '한국 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3만2천개로 태국 엑스(X·옛 트위터) 트렌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부 태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불법 입국하면서 문제가 악화했다며 합법적으로 한국에 가려는 태국 관광객들이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이번 논란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고 방콕포스트가 1일 전했다.
세타 총리는 태국인이 한국에서 지속해 입국 거부되고 추방되는 문제에 대해 짜끄라퐁 생마니 외교부 차관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태국에서는 K-팝과 K-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왔다. 양국은 2023∼2024년을 '한·태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잡음'으로 태국인들의 한국 여행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3월 방한 태국인은 4만3천84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해 81.1%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7월과 8월에는 50%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외국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일본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한국보다 태국 관광객을 1.78배 더 유치했으나,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는 2.6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 "K-ETA 불편"…한시 면제 및 입국심사 원상복구 검토 목소리도
방한 태국인 감소를 놓고 관광업계는 K-ETA로 인한 불편이 크다고 말한다.
K-ETA는 한국에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출발 전 입국허가를 받는 제도로, 2021년 9월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 4월 미국, 일본, 영국 등 22개국 관광객에 대해 내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K-ETA 발급을 면제했지만, 태국은 제외됐다.
한국 내 불법체류자 중 태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약 14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도 많다는게 양국 관광업계 얘기다.
K-ETA 불승인 사례가 이어지면서 단체 관광객 유치도 위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한국관광공사 지원으로 한국을 찾은 태국 단체 포상관광객 수는 7∼8월 들어 상반기보다 79.1% 급감했고, 방한 단체도 71.8% 줄었다.
한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간단한 정보 입력 내용으로 심사하는 K-ETA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어 관광 목적 태국인도 입국이 불허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광객 유치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짜른 왕아나논 태국여행업협회장은 "태국도 불법체류자 문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한국이 좋아서 찾아가는 관광객도 거부당하고 업계도 피해를 본다"며 "태국에 대해서도 K-ETA를 한시 면제하고 입국심사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